음악

한국의 펑크락, 시발점과 현주소

드글 2023. 6. 29. 04:05

첫 글의 주제로 펑크락, 특히 국내와 관련된 펑크락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락이라는 장르 자체가 워낙 오래 사랑받아온 장르이기도 한 반면에, 매니악한 부분도 많아서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정보가 틀린 점이 많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재미로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락은 현재까지 수 많은 장르들이 세분화되어 여러 밴드들이 탄생하고 저물었습니다.
그 중에 꽤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아온 락의 장르를 꼽아보자면, 펑크락이 들어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섹스 피스톨즈(Sex Pistols), 라몬즈(Ramones), 클래시(The Clash)등, 더 대중화된 밴드들을 나열해보자면

미국의 그린데이(Greenday), 썸41(Sum41) 등의 펑크락밴드가 있습니다. 국내에는 가장 잘 알려진 밴드들로

크라잉넛, 노브레인, 레이지본 등이 있구요.

감이 좀 잡히시나요? 아니면 아직은 어려우신가요?

그렇다면 펑크(Punk)는 뭐고 펑크락(Punk-Rock)은 뭘까요?

 

펑크(Punk)의 사전적 의미는 '폐물','못쓰는것' 정도의 영단어로, 네이버 사전에는 검색해보니 펑크록 애호가, 또는 불량한 청소년과 불한당을 뜻하는 속어라고 알려져 있네요.
펑크를 사실 잘 이해하려면, 1970년대 그 당시의 미국과 영국의 문화에 대해 잘 알아야 할텐데, 제가 그 정도의 식견은 사실 없으니 대략적으로 알려드릴 수 밖에 없습니다.

 

 

The Sex Pistols - Anarchy In The U.K
The Ramones - Blitzkrieg Bop

1970년대 미국과 영국에는 펑크(Punk)문화를 소비하는 뚜렷한 성향이 드러났습니다.

펑크문화는 전통적인 관념과 권위를 거부하고 독립적인 사고와 창조적인 개성을 추구하는 반항적 정신을 지향하는 문화인데요. 이 문화는 당시 젊은이들을 통해 음악과 패션, 미술, 문학 등 다양한 문화예술의 영역으로 확장되었습니다.

 

펑크-락(Punk-Rock)은 이렇게 탄생한 펑크(Punk)문화에서 발생한 하나의 음악 장르로, 기존의 많은 락 사운드와는 대조되는 단순하고 날것 그대로의 사운드와, 사회 및 정치적 문제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내용의 노랫말 등을 특징으로 합니다.

 

[펑크=개성을 지향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반항정신] 정도로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이러한 이유 때문에 락 앞에 Punk라는 단어를 붙여 'Punk Rock'이라는 이름이 생겨났습니다.

네이버에는 흑인들의 Funk 문화와 엮어 설명하던데, 엄연히 Punk Rock장르와 Funk Rock 장르는 다릅니다.

 

펑크락은 태어난 배경처럼 너저분하고 반항적인 비주얼에, 신랄하고 시니컬한 가사가 주를 이룹니다.

하지만 어느 음악이 그러하듯, 대표적인 양상이 이렇다는 것일 뿐 지금에 와서는 반례도 많을 뿐더러, 수 많은 갈래로 나눠진 장르 특성상 음악적으로 정확히 어떠한 모습을 띄고 있다라고는 말씀 드리기 어려울 것 같네요.

어찌 됐건, 여러 갈래로 나눠져 국내에 뿌리를 내린 펑크락은 노브레인과 크라잉넛, 레이지본을 필두로 '조선펑크'

라는 새로운 유형의 펑크락이 탄생하게 됩니다.

 

사실 많은 락매니아분들의 생각으로는 국내의 펑크락 시초는 이 셋이 아닌, 다른 밴드가 하나 있는데요.
한국의 독재치하 속에서도 어렵게 결성된 '산울림'은 사이키델릭 사운드의 영향을 받은 듯 독창적인 사운드와 염세적이고 저항적인 가사들로 한국 가요사에 획을 그었던 락밴드이자, 한국 최초의 프로토 펑크 밴드로 평가받기도 합니다.

 

산울림 - 개구장이
산울림 - 내마음에 주단을 깔고

그러나, 이 밴드의 이후에 다른 밴드들은 등장하지 않다가 90년대가 들어서서야 한국 펑크씬이 싹을 틔우기 시작했는데요.
이는 당시 인기 그룹이자 전반적인 한국 가요문화의 레벨업을 단기간에 이뤄버린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부터였습니다. 이러한 움직임 속에 그 당시 많은 예술인을 배출하던 홍익대학교는 그 근방이 펑크 등의 전위적인 예술인의 메카로 떠오르게 되었습니다.

 

94년, 홍대거리에는 '드럭'이라는 펑크클럽이 개점했고, 이 곳에서 수 많은 펑크 추종자들의 아지트이자 현재 유명한 국내 펑크밴드들을 배출해내게 됩니다.

 

크라잉넛 - 말달리자(드럭 Live)

 

그런데, 왜 조선펑크일까요?

당시 음악평론가들의 텃세 때문이었는데요. 평론가들은 노브레인, 크라잉넛, 레이지본의 음악을 듣고는 음악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닌 그들의 출신을 보고 평가하였습니다. '노동자 위주의 하류계층이 주도하던 원류 펑크와는 달리 국내 펑크락 멤버들의 출신 성분은 대학까지 진학한 중산층인이 만들어냈으므로 그들의 펑크락은 가짜 펑크'라는 지금 기준으로는 얼토당토 않는 이유였었죠.

 

이러한 평이 내려지고, 국내 펑크씬이 맞대응하며 '그럼 우리는 영국 펑크가 아닌 조선 펑크다'라는 대응으로 탄생한 새로운 이름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크라잉넛을 필두로 노브레인 등의 걸출한 펑크밴드들이 출현하면서 이들의 컬쳐쇼크급 신선했던 문화는 당시 X세대였던 학생들을 매료시켰고, 음악방송 차트에도 진입하는 등 상업적인 성공도 몇 달성하면서 한국 대중가요계의 흐름의 한 흐름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이후로도 레이지본, Rux, 껌엑스, 타카피 등의 후발주자가 탄생하며 지상파 음악방송까지 출연하는 등의 2000년대 초반까지 그 힘을 보여줬으나, 역시나 유행이 그러하듯 펑크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겉모습만 따라하는 기획성 한국 펑크 밴드 양성으로 변질되었습니다. 서서히 쇠퇴의 길을 걷던 조선 펑크는 2005년, 카우치가 [생방송 음악캠프 알몸노출 사건] 이후로 여러 뉴스에 오르내리며 펑크락은 순식간에 몰락하고 맙니다.

 

그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저는 생방송도 봤었고, 그 이후에 아침뉴스도 보면서 락=양아치,한량 정도의 이미지가 꽤 쎄게 남았던 것 같네요.

 

한참이 흘러서야, 락의 재미를 알게 되었지만 아마 그 당시의 선입견이 지금까지도 이어지지 않고 있나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펑크락이 남긴 유산으로 국내에 인디씬, 언더그라운드 문화의 물꼬를 터준 계기가 되었습니다.

 

아쉽게도 이후로는 국내 펑크씬은 매우 침체되어 있습니다.

유튜브를 둘러봐도 국내 펑크락밴드들은 이미 메인스트림에 올라선 밴드를 제외하고는 관심이 매우 부족한 실정입니다.

끊어질뻔한 국내펑크락에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밴드들입니다.

 

 

초록불꽃소년단 - 동경모텔
럼킥스 - PUNK is nowhere
라이엇 키즈 - Out Of Town
어텐션24 - 상상

락이 주류가 아니게 된 지금 시점에서, 새롭게 락페가 부흥하고 있는데요.
마찬가지로 펑크 락이라는 장르도 같이 부흥할 수 있게 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